자연 한컷이야기

기다림은 추억으로 새겨진다.

이재석 2010. 9. 5. 07:36

    기다림은 추억으로 맺히곤 한다.

  

    태풍으로 뿌리가 흔들린 범꼬리에 위태위태 매달린 나비는

    어렵사리 카메라를 들이대는 나를 기다려 렌즈에 새겨졌다.


    어젯밤 늦은 회식 자리에 참석한 엄마를 기다리는 딸은

    휘청휘청 피곤한 엄마의 동공에 새겨졌다.


    오래전부터 갖고파하던 로봇을 차마 떠나지 못하는 못하는 아들은

    아빠 다음에 사줄거지요? 하며 빈지갑에 새겨졌다.


    미쳐 먹지 못한 저녁을 아내는 기다려줬고

    밀려진 일에 넋을 빼고 있는 모습에 과장님은 기다려줬고

    바쁜 일들 때문에 아직도 가지 못한 벌초를 아버지는 기다려줬다.


    그리고... 마음에 진하게 새겨졌다.

    잠시 기다림은 

    함께 하는 이와 함께 추억을 만드는 시간으로 맺힌다.


2010. 9. 4.

기다려줘서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