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한컷이야기

내가 서있는 모습은 거기 있는가

이재석 2010. 10. 21. 20:57

    땅이 젖으면 쉬어갑니다

    그러나 나는 쉬는 법을 모르나 봅니다


    젖은 몸을 말리는 풀벌레는 꽃잎 위에서 깨끗한 단장을 하는데

    나는 젖은 흙은 바짓가랑이에 묻히지 않는 법을 모르나 봅니다


    비가 올때면 쉬어감이 옳은가 진흙은 피해감이 옳은가

    옳은게 무엇인지 모르는게 맞는가 

    이미 머리는 헝클어져 있습니다


    땅이 젖으면 쉬어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내 걸음은 한걸음씩 옮겨지고 맙니다


    마른 땅만을 깨끗하게 걸어가고 싶지만

    조급한 마음을 이미 몸을 움직여 가고 있습니다


    꽃잎에 맺힌 물방울에 비춰진 풀벌레에게서

    내가 서있는 모습을 찾아보려 이리저리 살펴봅니다


     2010. 10. 21.

그 안에 내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