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한컷이야기

낡음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이재석 2010. 12. 23. 08:06


    바래고 갈라지고 헤어지고

    거기 그렇게 오래 서 있었던 기억이 거기 그렇게 서 있습니다


    빛에 바래고 추위에 갈라지고 바람에 헤어진

    거기 그렇게 오래 나를 도와주었던 기억들이 거기 그렇게 서 있습니다


    페인트 한번 쓱싹하면 지워질 

    거기 그렇게 나와 함께 해주었던 기억

    거기 그렇게 있어 마음 놓였던 기억

    거기 그렇게 있어 그 곳이 그 곳 답게 만들었던 기억


    바래고 갈라지고 헤어진 모습은 시간을 말합니다

    지워질 시간을 기다립니다


    수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아있지 않아도

    거기 그렇게 서 있었기에 

    수많은 이들이 오늘을 만들었노라고 

    거기 그렇게 당당히 성숙한 기억으로 서 있습니다


2010. 12. 23.

그것은 기억되지 못한 그러나 소중한 오늘의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