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한컷이야기
오늘이 된 겨울밤 이야기
이재석
2011. 1. 26. 08:08
겨울밤 이야기
바람과 눈과 시간만이 지나갈 어두운 밤이 말하는 이야기
가로등이 그들의 이야기에 함께 합니다
작은 불이나마 힘껏 비춰 조용히 천천히 펼쳐지는 이야기를 지켜줍니다
비록 느리지만
아침이면 느껴질 새하얀 이야기가 시간에 실려 내려옵니다
느리지만 느리지 않은
저 발치의 겨울밤 이야기
창문 안에서는 알 수 없을 밖의 겨울밤 이야기
해가 드리기 전 겨울밤을 만날 때면
아무도 딛지 않은 눈밭을 보스락보스락 노크하며
간밤에 빛을 받아 이야기하고 내려왔을
겨울밤 눈들의 이야기에게 아침을 묻습니다
단지 바람과 눈과 시간 그리고 작은 가로등 뿐일 이야기는
그보다 큰 사연을 품고
해를 맞을 모든 사람에게 일깨워지지 못한 가치를 심어줍니다
알 수 없게 조용히 심어줍니다
마치 밤에 그렇게 나누며 내려왔듯이
오늘 아침은 겨울밤이 만들어준 이야기의 시작이라는
내 노크에 대답해 준 눈의 말을 기억합니다
그들의 추움이 오늘의 시작이 되었음을 기억합니다
2011. 1. 26.
겨울밤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