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한컷이야기

짙은 향기가 벤 봄의 물길에 손을 대다

이재석 2011. 2. 23. 08:29

    물의 향기는 짙다

    눈녹아 똑똑 떨어지는 간지러운 물에 갈증을 호소하던 줄기들이

    햇살이 만들어낸 때 아닌 시내의 향기를 맡아 손을 뻗는다


    예정치 않은 때 예정치 않은 곳에 생긴 작은 물길

    삶을 향한 생명들을 힘차게 손을 뻗으며 그 향기에 심취한다


    이 작은 힘이 큰 뿌리를 만들고 푸른 잎새를 피우리라

    얕은 물 향기지만 그렇게 곧 사라지겠지만

    손을 뻗는 이들이 담은 마음은 웅대하다 못해 절실하다


    작은 물길에 흐름이 있다

    떠가는 먼지가 있다

    그리고 그 잠시의 수명에 내일을 얻는 생명이 있다

    그런 마음들이 담긴다 

    그래서 봄을 향해가는 지금의 작은 물들은 향기를 짙게 품는다


    내가 걸어가는 길을 따라 작은 물길들이 줄지어 흐르고 있다

    그리고 손을 뻗는 잔디들이 줄지어 있다

    나도 한 곳에 손을 뻗어 물을 받는다

    향기가 짙다

    

    절실한만큼 진한 향기가 시간을 흐른다


                                                                            2011. 2. 23.

                                     취함을 가진 강들이 곳곳에 흐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