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한컷이야기

어릴 적 못 다 지었던 모래집을 아이들 놀이터에 완성한다

이재석 2011. 3. 25. 09:11

  아이들이 놀이터에 가자 손을 끈다

  마지못해 끌려간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소리치는 웃음을 들으며

  어릴적 동네 어귀에 있던 놀이터의 파편들을 모아본다


  희미하고 아리기만 한 나의 놀이터

  아팠고 그래서 무서웠고 그래서 집의 책이 편했던 나

  그러다 가끔 끌려 간 놀이터는 얼마나 멀던지......


  높은 게 무서워 미끄럼틀에 올라서지 못하고

  말 거는 게 무서워 나도 그네 타고 싶다 하지 못하고

  술레잡기는 어디서 친해졌는지 모를 다른 세상 아이들 이야기일 뿐

  나의 놀이터에 남은 기억은 그저 멀뚱이 서 있는 모습 뿐이다


  어느 날인가 모래를 곱게 다져 만든 벽돌을

  과자 박스에 싸서 땅 속에 묻어 놓았다

  다음에 올 때 다져진 벽돌로 멋진 집을 지으리라 생각하며......


  그리고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 스스로 찾아간 날

  찢어진 종이도 찾을 수 없는 놀이터를 마지막으로 

  나는 놀이터의 나를 지웠다


  아이들이 놀이터에 가자 손을 끈다

  아직도 남은 관성은 내 발걸음을 잡는다

  하지만 이제는 딛여 보리라

  미끄럼틀에 올라 서 보고, 그네를 밀어보리라


  이 아이들에게 놀이터는 어떻게 남겨질까?

  오늘의 너희를 지우는 슬픔이 없기를 바라며

  오래 찾지 못했던 모래 벽돌을 꺼내, 잊음과 아림을 막아줄 집을 짓는다


                                                                                      2011. 3. 25.

                                       너희 놀이터에서 아빠 어릴적 짓고 팠던 집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