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한컷이야기

천 개의 찬란한 태양 - 아픔을 씻어갈 비가 내리길 바란다

이재석 2011. 4. 11. 06:27

[#Book_033-2011,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아픔을 씻어갈 비가 내리길 바란다

 

제   목 : 천 개의 찬란한 태양

글쓴이 :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출판사 : 현대문학

펴낸날 : 2010. 11. 10.

읽은날 : 2011. 4. 8. ~ 9.


짧은 문장들.. 그러나 너무도 절실하게 그려져 있는 아프카니스탄의 삶.

한 여인의 일대기에서 중첩되어 더 미래를 향해 그려져 나가는... 한 남자의 아내여야만 했던 두 여인의 삶.

어찌 이리도 아플수가 있나...

그렇게 마음을 긁고 슬프게 했던 퓰리쳐상 수상작에 찍혀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이 살아 다가왔다.


2010년 한국에서 다시 펴낸 이 책의 옮긴이는 말미에 저자의 삶이 담긴 카불의 태양에 대해 말해준다.

아프카니스탄 출신... 그리고 미국으로 탈출 아닌 탈출을 한 그의 가족... 그래서 늦게 알게된 영어...

그의 절실한 삶과 익숙치 못한 영어가... 이런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켰다고......


570페이지가 넘는 아주 두꺼운 책이건만 결코 어렵지 않다.

중동의 황토만큼 건조한 문체이건만, 횡간 깊이 깊이 배여진 그들의 아픈 삶은

책을 읽는 내내... TV에서 사진에서 봐왔던 슬픈 장면들을 떠오르게 했다.

그리고 언젠가 9시 뉴스에서 봤던 장면을 꺼내와 깊이 마음에 박아 버렸다.

온 몸을 가린 부르카를 입은 여성을 무릎 꿇게 하고 공개 처형 하던 장면...

뒤통수에서 가해진 총 한발에 쓰러지던 얼굴을 알 수 없는 그 여성...

그 여인이 살아서 이 책에 기록 되었다.

그 힘든 삶을 주말 내내 나에게 말하고... 다시 처형 당해 죽어갔다.

이들의 아픈 삶은... 불합리한 그들의 문화가 사라질 때까지 계속되리라...

얼마전 투석 처형을 당하는 장면이 다시 뉴스에 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들 스스로 그치지 않게 하는 비극이 더 슬픈 오늘의 이야기...


이런 아픈 삶은 아프카니스탄의 지정학적인 위치에서 이미 예견이 되어 있었다.

중동의 거센 이슬람 문화 속에

중국과 러시아를 인근한 실크로드에서 새로운 지식과 삶을 받아들여온 나라...

그래서 카불은 달과 태양으로... 문화로 빛이 났지만... 위태로웠다.


소련의 공산주의에 배움과 문화에 깨어난 여성들은

이슬람 반군 세력의 힘에 의해 이슬람에 속한 나라의 그저 한 여성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고...

권력을 잡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갈등 속에 단지 다른 민족이라는 이유로 죽어 갔다.

그리고 피난을 갔던 젊은 청년들이 탈레반의 깃발을 들고 돌아옴으로써 여성들은 사람의 형체를 한 소유물로서의 인생을 살게 된다.

피박 받는 여성으로 대표되는 그들의 삶은... 단지 여성에 머무르지만은 않는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아프카니스탄의 민초들... 정권에 따라 맞춰갈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

국경의 피난민촌에서 열강에 의해 사육되던 불쌍한 사람들...


이제 나는 탈레반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이 왜 그런 과격함을 지니게 되었는지 말이다.

한 손에는 칼을 한 손에는 코란을... 이 말은 어쩌면 우리가 만들어내고 지어 준... 슬픈 그들의 흉터일지 모른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 누구였는지를.... 먼저 생각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이 한 지붕을 이고 사는 우리들 가운데 벌어지는 오늘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소설의 주인공이 다시 카불로 돌아갔을때..

오래 가물었던 그곳에 비가 왔다... 홍수가 지고 도시가 떠내려갔다.

하지만, 아쉬워하는 이가 없었다.

그들은 비를 바라고 있었다.

나도 그들의 머리에 내려질 비를 기도하려 한다.

그리고 우리 마음에 깊이 각인된 오해와 편견에도 비가 내리길 바란다. 

모두 씻긴 뒤에...

그들의 삶도 인간의 삶임을... 우리의 삶도 인간의 삶임을 깨끗하게 인식할 수 있는 

그런 비 온뒤의 풍경을 기도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