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한컷이야기
이야기가 비에 흘러 스민다
이재석
2011. 5. 11. 06:34
일주일의 햇볕을 누려온 겨울의 긴 이야기와
일년의 계절을 누려온 초록의 짧은 이야기의
모두가 다른 마침의 모습이 하나가 될 때
비와 바람으로 마침표가 그려진다
가장 아름다울 때 가장 아름답게 흩날린 고집도
마지막 힘을 다해 썩어가는 몸을 부여잡던 아집도
작은 입자 사이 흐르는 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오히려 함뿍 비를 받아 가장 어울리는 마침을 향해 치장한다
많은 이야기는 내일 말라버릴 물기가 된다
온전히 부셔질 때를 향해서 가슴 깊이 깊이 자신을 적신다
그렇게 땅의 하늘로 사라질 시간을 준비한다
일주일의 햇볕을 누려온 아름다우리라 여겼던 생각도
일년의 계절을 누려온 생명에 대한 강한 본능도
이젠 다음을 위한 비가 되어간다
이야기들은 비에 흘러 그렇게 여행을 마쳐간다
오히려 더 아름다운
그래서 더 농도 짙은 양분이 벤
그러하리라 믿는
그러하여야만 하는 비가 길을 따라 흘러온다
모두 볼 수 없었지만
모두 알길 원하는 내 발가락 사이로 이야기가 흘러 스민다
2011. 5. 11.
내 삶의 양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