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한컷이야기

기억되는 꽃이 되고 싶다

이재석 2011. 5. 17. 08:04

  나는 꽃임에 틀림없다

  비록 뿌리 박고 있는 곳이 흙 한줌 없는 돌무더기라 할지라도

  나는 내가 꽃임을 주장하련다

  뿌리 놓인 곳이 어디라도 나는 나의 꽃다움을 피울 것이다


  아프지만

  속에서부터 시든 꽃을 피울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꽃임을 스스로에게 증명할 것이다


  돌 위에 떨어진

  오래 피어있을 수 없는 잡초일지언정

  혹여나 나를 봐줄 누군가를 위해

  찢어진 힘없는 잎을 한껏 펼 것이다

  내 메마른 뿌리에 그 힘을 증거할 것이다


  나는 꽃임에 틀림없다

  비록 아프게 태어났어도

  내 이름에는 꽃이 들어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기에

  뼈가 마를 때까지 나는 나의 존재를 나타낼 것이다

  그리고 최대한 고개를 들어 씨를 바람에 날릴 것이다


  나는 꽃임에 틀림없다

  비록 아름다울 순간이 1초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나는 나의 동료들에게 창피하지 않은 꽃이 되리라

  나는 숭고히 피고

  나는 흔적없이 사라지리라

  그리고 내 씨앗을 바람에 실으리라


  그렇게 삭아가는 꽃잎에 잎새에 뿌리에 다짐을 새긴다


                                                                              2011. 5. 17.

                            기억되는 꽃이 되고파 힘을 다해 허리를 곧추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