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홀로 깨어 - 감성을 담은 행정가를 꿈꾼다
[#Book_070-2011, 새벽에 홀로 깨어] 감성을 담은 행정가를 꿈꾼다
제 목 : 새벽에 홀로 깨어
글쓴이 : 최치원 (김수연 옮김)
출판사 : 돌베개
펴낸날 : 2008 1. 21.
읽은날 : 2011. 5. 30. ~ 6. 9.
새벽마다 고전을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고 첫번째 책을 신중히 신중히 골랐다.
그렇게 선택한 책, 내 머리속의 짧은 사고들을 새벽으로 인도할 책. '새벽에 홀로 깨어'
신라 최치원 선생의 시와 글들은 내 기대에 부응해 주었다.
나를 위해 1,000년을 기다려온 듯, 내가 바라고 생각해야할 화두들을 쏟아내 주었다.
최치원 선생은 신라시대를 대표하는 문인이다. 그냥 문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전설적인 인물이다.
어린 나이에 당나라에 유학을 가서 빈공과에 합격하고 행정관리로서 문인으로서 많은 역할을 수행했다.다시 신라로 돌아와서는 해박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필력으로 바른 정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었다.
유, 불, 선을 통달한 지성인이자 옳다 믿는 것을 굽히지 않는 대쪽 같은 사람...
그 지혜와 성품을 시대가 수용하지 못해 결국엔 세상을 등지고 은거하였지만, 그의 철학은 죽지 않았다.
그리고 2008년에 다시 태어난 최치원 선집...
신라의 지성은 김수연이라는 엮은 이를 만나 현대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읽기 쉽게 현대적인 단어들로 풀어준 친절함 덕분에... 얇지만 무거운 이 책은 항상 품에 넣어 두고픈 책이 되었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지금의 감각으로도 전혀 촌스럽거나 뒤떨어지지 않은 선생의 생각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 선집은 새벽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가을을 거쳐 계원필경집을 지나 비문과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마무리 된다.
첫 시작은 새벽이다.
바람도 산마루 보드라운 구름 차마 못 흩고
햇볕도 언덕머리 푹 쌓인 눈 녹이지 못하네.
홀로 풍경 읊으니 이 마음 아득한데
바닷가 갈매기와 쓸쓸히 벗하네
- 새벽풍경(춘효한망)
시작은 당에서 유학할 당시의 적적함과 향수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감성적인 넋두리에만 그의 생각은 머물지 않는다.
물시계의 물방울 아직 떨어지건만
은하수는 벌써 기울었네.
어렴풋이 산천은 점점 변해가고
갖가지 물상이 열리려 하네.
높고 낮은 희미한 경지가 눈에 보이며
구름 사이 궁전을 알아보겠네.
이곳저곳 수레들 일제히 움직이니
길 위에 먼지가 이네.
저 하늘 끝에 먼동이 트고
푸르스름한 빛이 감도네.(이하 생략)
- 새벽(영효)
다시 오는 아침에 대한 희망으로 좀 더 큰 지식과 꿈을 향해 깨어가는 깨달음의 새벽, 그 환희를 말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선집은 사람과 일과 철학에 대한 감상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점점 현실에 대한 제언으로 색깔이 짙어진다.
하지만 그의 정치는 실패했었다. 그의 개혁적인 성향을 당시 신라시대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모두들 봄 꾀꼬리의 고운 소리만 사랑하고
가을 매 거친 영혼은 싫어들 하오.
세파 속을 헤매면 웃음거리 될 뿐
곧은 길 가려거든 어리석어야 하지요.(이햐 생략)
- 곧은 길 가려거든(신축년기진사오첨)
그렇게 그는 은거에 들어간다.
비록 그의 길은 그러했지만, 나에게 주는 메시지는 그렇지 않다.
어떤 철학을 가져야하며 어떠한 태도를 보여야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이 있을 뿐이었다.
이 위대한 지성인은 자신의 마음과 가치관 그리고 그를 통해 발현된 정사를 위해서만 글을 쓴 것은 아니다.
우리 역사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위대한 인물의 발자취를 더듬기 위해 글을 썼었다.
다만, 어린 시절 당에서 공부를 했기에... 그리고 그 당시의 문화상... 너무 사대주의가 짙다는 문제는 있다.
그리고 그로인해서 고구려와 백제의 역사를 하찮게 표현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는 '불'에 심취한 사람이었다.
거기에 '선'가 더해져 마지막에는 은거를 택했지만, 그런 마음을 많은 글로 남기게 되지만,
어쩌면 그것이 당시에는 가장 현실에 가까운 지성인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부지런히 품어야할 글귀들을 필사해 두었다.
최치원 선생이 내게 준 가르침, 감성을 지닌 행정가...
공무원인 내가 품고 가야할 올바른 '상'을 그려가며
필사의 흔적들을 다시 한번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