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한컷이야기

나는 서 있는 꽃이다

이재석 2011. 6. 9. 08:28

  나는 서 있다

  작지만 얕지만 그래서 흔들리지만 나는 서 있다


  바람이 빗물이 치고 흔들어도 나는 서 있다

  내게 허락된 시간이 남은 한

  나는 흔들릴지 언정 이 자리를 비켜나지 않을 것이다


  작은 향이지만 

  작은 잎이지만

  내 줄기를 통해 오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한껏 얼굴을 펴고 나는 서 있을 것이다

  맺혀질 씨앗들의 오늘을 위해 나는 서 있을 것이다


  나는 서 있다

  작고 얕아 혼자 서 있음을 슬퍼할 자격도 주어지지 않지만

  나는 가려진 하늘빛을 우러르며 서 있다

  바람의 박자에 따라 잠시 내려오는 빛을 갈망하며

  나의 서 있음을 이어간다


  시간이 올 때까지

  나는 스스로 고개를 내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는 씨앗을 품은 생명이기 때문이다

  나는 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흔들림 가운데서 꼿꼿이 나를 세운다


                                                                             2011. 6. 9.

                                                나는 서 있기에 세상의 하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