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한컷이야기

7년의 밤 - 글로 쓴 사람에 대한 영화

이재석 2011. 6. 13. 08:01

 [#Book_071-2011, 7년의 밤] 글로 쓴 사람에 대한 영화

 

제   목 : 7년의 밤

글쓴이 : 정유정

출판사 : 은행나무

펴낸날 : 2011. 4. 6.

읽은날 : 2011. 6. 10. ~ 6. 12.


이 이야기는 영화로 나온다. 분명히...

책을 읽는 내내 스크린이 떠올랐다. 

애써서 일일이 묘사하고 있진 않지만, 글의 힘은 나를 완전히 그 공간 속에 몰입시켰다.

이미 이야기의 마지막을 처음에 말해두고도
7년전의 이야기들을 되짚어가는 줄거리는 전혀 루즈해짐이 없었다.

오히려 복선과 연결 장치들이 기막히게 맞물려가는 광경은 말 그대로 놀라운 것이었다.

게다가 그저 예전의 이야기를 따라갈 뿐인 소설 전체 줄거리에 이런 반전까지 숨겨 놓았으리라고는 정말 상상치도 못했다.


이 책은 주인공 서원이가 피할 수 없는 사실과 알아야만 하는 진실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다.

이웃집 여자 아이를 살인하고 유기한 아빠, 

댐 아래 사는 주민의 반을 수장시켜 버린 아빠... 그 사실...

그 아빠의 아들이기에 가족에게 외면당하고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아이

하지만 그 아이가 알아야만 하는 진실이 있었다.

그 아이가 살기 위해서라도 알아야만 하는 진실...

7년전의 그 밤은 아직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등장 인물들이 자신이 보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이야기에는 전지적 시점이 없다.

그저 한 사건에 대한 관계자들의 관찰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말하는 이들을 이렇게 결론을 유도해간다.

'악'으로 보여지는 사람에게 욕을 할 수 없음을

'악'일 수 밖에 없는 사람에게도 이해될만한 마음이 있음을...

무엇으로도 정당화시킬 수 없지만, 우리는 그들의 핑계를 들어주어야만 한다는...

그리고 그들 부자는 그렇게 서로 사랑했었음을... 말한다.


지난 4년간 이 작품만을 써왔다는 그녀...

그 4년이 만든 것은 탄탄한 스토리 뿐만이 아니다. 인물 분석과 문장 구성...

모든 것들이 500페이지로 압축돼... 읽는 이의 시간을 빼앗아 버린다.

이야기는 분명히 슬프다.

하지만 책을 놓았을 때 남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되는 모순된 감정이 드는가?

저자의 천재성과 4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이야기...

그녀가 글로 쓴 사람에 대한 영화 한 편...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