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한컷이야기

지금 나는 아름답다

이재석 2011. 6. 21. 08:16

  그리 있어도 좋다

  다른 종자의 초록에 얹혀 외로워도

  잎맥의 마지막 수분을 갉아 먹는 생채기가 아픔에도

  아직 나는 실존한다 말할 수 있기에

  나는 그리 있어도 좋다...라고

  지금을 보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그리 있어도 좋다

  허락된 시간이 짧아 조급해져도

  돌아나가는 바람 한 숨에 날아갈 듯 위태로워도

  아직 나는 실존한다 말할 수 있기에

  나는 그리 있어도 좋다...라고 

  지금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기능을 상실한 물길들이

  일방향으로 체액을 쏟아낸다

  그렇게 나는 말라간다

  하지만 더이상 너무도 짧지 않느냐는 넋두리는 않으련다

  싱그런 녹음의 계절에 표시없이 죽어갈 수 있다는 것이 좋아

  나는 그리 있어도 좋다...라고 

  지금을 준비하는 나에게 말한다


  지금 나는 아름답다

  마지막에 핀 꽃만큼이나

  그래서 나는 그리 있어도 좋다

  ...라고 지금을 존재하는 나에게 말한다


                                                                                  2011. 6. 21.

                                                                           지금 나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