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세상 - 거부할 수 없는 나의 세상이야기
[#Book_083-2011, 낯익은 세상] 거부할 수 없는 나의 세상이야기
제 목 : 낯익은 세상
글쓴이 : 황석영
출판사 : 문학동네
펴낸날 : 2011. 6. 1.
읽은날 : 2011. 7. 11. ~ 12.
그 곳에 속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곳을 낯익지 않다 말할 수 없었다.
너무도 낯익은 주인공 딱부리가 느끼는 세상...
그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네게 슬픔이기보다 성찰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아홉살 인생'을 떠올렸었다.
'낯익은 세상' 의 배경이 된 쓰레기 매립지의 삶이 '아홉살 인생' 의 배경이 되었던 산동네 빈민들의 삶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곳에 속한 두 주인공의 삶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아홉살 인생' 이 오늘을 사는 현대인의 성장 배경이었다면,
'낯익은 세상' 은 우리가 지켜가야할 것과 의미를 두어야할 것에 대한 성찰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 냄새도 지독하다며 버리러 가지 않는 나는 당연히 딱부리의 세상에 대해 낯섬을 느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오히려 쓰레기 더미 속을 휘저어 재활용품을 찾아내고 먹을거리를 찾아내는 그네들의 삶이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서류 쓰레기에 파묻힌 내 삶, 그대로의 모습이라 느껴졌다.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나 있어야만 하는 쓰레기장의 낯익음,
그 안에서 있는 내가 버린 것들을 바라보는 낯익음,
그 곳을, 우리 사는 세상을 지켜온 영혼들에게 느끼는 낯익음,
적응해 버린, 그래서 벗어날 생각을 잊어버린 삶에 순응한 자의 낯익음,
그리고
정이 든 그래서 생각이 깃들어버린 물건들에 대한 낯익음
맺은 사람, 그 인연들과의 낯익음...
작가 황석영은 5공화국을 배경으로 이야기 하지만, 이 낯익음은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이기에 느낄 수 밖에 없는 세상에 대한 본능...
그 낯익음은 어쩔 수 없는 지금 내 마음에 드리운 감정이다.
이제 그가 갈등을 풀어가는 요소로 제시한... 도깨비들, 정령들,
함께 사는 자연의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는 더이상 내게 초자연적인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반드시 마음속에 품고 함께 살아야할... 낯익은 것들을 위한... 경외의 대상이 되었다.
사람의 삶을 잊어버린 신자유주의에게 말한다.
마음이 깃들지 않은 물질에 집착하는 내게 작가의 말을 빌어 말한다.
'내 속에 그게 정말 아직도 살아 있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