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한컷이야기

그 흐름에 발을 담그다

이재석 2011. 12. 21. 07:42

 

  흘러온 생활과 생식과 생기

  단어를 붙일 수 있는 모든 것들은 명이라는 이름으로 중첩된다

  그리고 흐르고 흘러 또다른 자의 생일이 되고

  빚어지는 내가 된다

 

  생명은 그렇게 징검다리 사이로 중첩된다

  무엇이 인위적이건 작위적이건 간에

  모든 것을 아울러 버린 명은 그 위를 덮고 지난다

  그리고 마침내

  물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시간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그것은 오래됨과 새것의 공존이다

  그것은 다시 돌아올 윤회의 총체적 모습이다

  그렇게... 그렇게 지금 발 밑은

  생활과 생식과 생기와 생일들의 이름으로 가득 차 있다

  물이라 시간이라 이름 붙여진 생명으로 가득 차 있다

 

  그대, 빠지지 않으려 조심스레 징검다리를 짚고 있는가

  이미 우리는 그 곳에서 이름 지어진 한 존재이니

  고개를 들라, 불안에 매몰되지 말라

 

  차라리 발을 담그고 쪼그려 앉음을 추천한다

  피부에 와닿는 감동을 숨 깊이 느끼길 추천한다

 

  흘러가는 이름들, 그대 피와 같은 유전자의 가득함을 느껴보라

  물의 이름에, 시간의 이름에

  그대를 두라

  그리고 함께 흐르라

 

                                                                                                   2011. 12. 21.

                                                                        그 곳에 내가 태어난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