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닛 - 진짜인 줄 알았어...
[#Book_083-2012, 캐비닛] 진짜인 줄 알았어...
제 목 : 캐비닛
글쓴이 : 김언수
출판사 : 문학동네
펴낸날 : 2006. 12. 21.
읽은날 : 2012. 9. 12. ~ 14.
설계자들의 래생. 그의 전생이 여기 있었구나.
일주일간 캔맥주 주간을 가지며 세상을 향해 걸어가길 준비했던 그의 전신이
여기 칠개월간 캔맥주 기간을 가지며 세상을 준비했던 공대리에게 놓여 있었다.
허름하고 오래되고 평범한 캐비닛을 칠년이나 지키던 그에게 말이다.
공대리는 공기업에서 일한다는 것 말고는 정말 별 볼일 없는 그냥 그런 청년이다.
그 공기업마저도 일 없는 별 볼일 없는 직장이다.
하지만 그는 어쩌면 우연히, 어쩌면 운명적으로 캐비닛을 만난다.
허름하고 오래되고 평범한 숫자 네 개로 맞춰내는 열쇠로 잠겨진 캐비닛 13호를 말이다.
이 캐비닛에는 375명의 리스트가 들어 있다.
TV 프로그램 ‘세상의 이런 일이’가 별스런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소개하는 것이라면,
캐비닛 13호의 리스트는 별스럽게 태어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나무가 몸에서 자라고
시간을 잃어버리고
잠들면 깨어나지 못하는 이들
그리고 그 리스트를 기록한 권박사
그리고 그 리스트를 노리는 기업
저자 김언수는 책 말미에 책 처음을 돌려 맞춘다.
그리고 삶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한 인간이 삶에 집착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없는 용어와 이론들을 그럴 듯하게 만들어냈으며,
없는 사람과 이야기들을 그럴 듯하게 만들어냈다.
말미에 붙은 저자의 주의문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몇 번이나 공들여 뒤적여야만 했을 만큼 이 책은 마음 뿐만 아니라 의식도 끌어당긴다.
역시 김언수...
그의 천재성에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