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한컷이야기
그럴때면 산책이 고프다
이재석
2012. 9. 19. 05:58
시간이 지나간 자리로
바람이 스멀스멀 불어온다
그럴때면 산책이 고프다
나와의 조용한 대화가 고프다
하루란 어찌이리 격렬한 것인지
남은 잔상은 몇 날을 보낸 뒤에도 마음을 괴롭힌다
그렇게 쌓여가는 하루들과 하루들
망각이 그립다
치유가 그립다
그래서 바람이 스멀스멀 불어올 때면
내 배는 간절히 산책을 고파한다
진득한 소줏잔 보다
고요한 산책이 나은 이유는
아침 여운이 남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혼자안에 앉은
아무것 없이 흘러가는 산책
그 조용한 대화만을 고파한다
오늘 저녁에는 그 자리에 앉아 보리라
오늘 여유에는 그 자리에 앉아 보리라
그러나 하루는 그리 녹녹히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 갈망한다
온전히 남은 나를 보길 고파한다
조용한 일어섬을 고파한다
2012. 9. 19.
오늘 점심에는 꼭 시집 한권에 걸음을 맡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