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그림자 한컷
횡단보도 앞 가로수는 저편을 그린다
이재석
2013. 10. 1. 08:03
뿌리가 잡혀있음에도 나는 길을 건넌다
하루에도 수십번...
닿을 수 없는 저편을 향해 걸음을 던진다
오히려 구속됨에 자유로운 것이리라
그리그리 다리에 최면을 건다
뿌리가 잡혀있음에도 나는 팔을 뻗는다
오늘도 수십번...
닿을 수 없는 저편을 향해 기지개를 던진다
오히려 구속됨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리라
그리그리 팔에 최면을 건다
횡단보도 앞 가로수는 그렇게 저편을 그린다
곁에 선 나와 함께 그렇게 저편을 그린다
뿌리가 잡혀있음에도... 뿌리가 잡혀있음에도...
초록색으로 바뀔 신호를 기다리며
안간힘을 다해 온 몸으로 그림자를 뻗어
길 건너는 하얀 줄 위로 바람을 드린다
뿌리가 잡혀있음에도 나는 길을 건넌다
뿌리가 잡혀있음에도 나는 팔을 뻗는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간절함을 던져 길에 드린다
2013. 10. 1.
그래도 꿈을 멈추진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