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한컷이야기
머물러버린 자가 가진 오늘들의 의미
이재석
2013. 10. 24. 08:16
가고 싶어했다
오늘도 그러하다
허나 가지 못했다
그러나 난 헤질대로 헤진 채로 바람을 움켜잡고 있다
이유는 오직 한 가지 뿐,
지금 이 순간 출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고 있음에도 왜 가지 않는가
알고 있음에도 왜 바람을 놓지 않는가
'그래도 나는 꿈이 있다'라고 보여주기 위한 허울인가
'처자식 때문에......'라는 근사한 핑계가 있어서인가
'왕년의 나는......'라며 추억하는 아집 때문인가
무엇이 됐던
오늘 모습은 헤질대로 헤져있다
가고 싶어했다
지금도 그러하다
그렇다면 이 순간 출발하면 된다
하지만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다
시간은 마지막 남은 용기마저 닳게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횡단보도 앞 화살표는 영원히 도로를 건너지 못한다
그래서 스스로를 묶어버린 나는 영원히 꿈을 가지지 못한다
그래도 놓지 않으리
가장 못난 모습으로 죽어간다해도
그래도 놓지 않으리......
2013. 10. 24.
이제 오늘들의 의미는 '바람을 품고 있기 위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