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그림자 한컷

끝까지 어리석게 살리라

이재석 2013. 11. 21. 08:22

  붉은 낙엽 하나 찾겠다고 그렇게 걸어다녔건만,

  난 그저 숲 그림자에 묻혀 있을 뿐이었다


  커다란 숲 그림자 속의 나

  한 그루 나무에만 속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행복한 것인가

  작은 난 알수가 없다

  그저 어둔 그림자 속 드러나지 않는 작은 낙엽만 쫓고 있을 뿐


  가지 사이로 핀 빛 꽃들이 눈부시다

  갈증 해소는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나도 이미 숲 그림자가 되고 있는 것인가


  그래도 작은 붉음을 향한 여행을 멈출 수는 없다

  숲 그림자의 거대함이 색을 지워버리겠지만,

  끝까지 나는 어리석게 살리라


  숲 그림자에 묻힌 나를 본다

  숲 그림자가 되고 있는 나를 본다

  하지만 이 인식이 완전한 동화를 막아주리라

  그리고 마지막 한 걸음의 동력이 되어주리라


  숲 그림자의 거대함이 나를 지워버리겠지만,

  끝까지 나는 어리석게 살리라


                                                                                                 2013. 11. 21.

                                                                               가지 사이의 하늘을 우러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