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한컷이야기

또다시 나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민다

이재석 2013. 12. 26. 07:49

  해를 정리하는 때에 이르러 나를 본다

  얼마나 많은 그림자를 남겼나

  얼마나 많은 말을 남겼나

  얼마나 많은 잘못을 남겼나

  지금에 이르러서야 후회를 한다

  지금에 이르러서야 다짐을 한다


  강 위에 올려진 지금 생각은 곧 희미해질 것이다

  그리고 다음 해를 정리하는 때에 이르러서야

  후회라는 이름으로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다짐을 포기할 순 없다

  그것이 오늘 해를 맞는 이유일테니까

  그것이 오늘 내가 옷을 입은 이유일테니까


  해를 정리하는 때에 이르러 나를 본다

  얼마나 많은 그림자를 남겼나

  얼마나 많은 말을 남겼나

  얼마나 많은 잘못과 후회와 

  지키지 않은 약속들을 남겼나

  지금에 이르러서야 다짐을 한다

  지금에 이르러서야 약속을 한다


  스스로 저버리게 될 약속을......

  눈물 흘려 뉘우칠 그 약속을......

  또다시, 남겨진 나의 그림자에 새끼손가락을 걸어본다


                                                                                                  2013. 12. 26.

                                      또다시 같은 길을 걷겠지만, 오늘만큼은 조금 더 멀리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