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연 한컷이야기

시간이 이미 만들어둔 유격을 쫓아 걷다

by 이재석 2011. 2. 26.

  시간은 이미 유격을 만들어 두고 있었다

  내가 느낀 따뜻한 바람은 이미 지나간 봄의 향기였다

  이미 시간은 얼어붙은 몸뚱이를 갈라 따뜻함을 품어 두고 있었다


  그 유격에는 벌써 봄의 씨앗이 자라나고 있을지 모른다

  그 유격에는 이미 다음 계절의 향기가 드리웠을지 모른다

  아둔한 나로선 알 수 없는 시간의 경의에 뒤늦게 고개를 숙이고 만다


  그리고 그리고 한참을 앉아

  보이지 않고 향기나지 않는 예민한 시간의 준비를 느껴본다


  무던한 듯 흐르는 그의 역사는 면도날 같은 날카로움으로

  자신을 잘게 쪼개 현상의 갈림을 펼치고 있었음을 알 것 같다

  절기를 쪼개고 쪼개 유격을 만들어 두고 있었음을 짐작할 것 같다


  이제 자주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들어 눈으로 마음으로 가늠해보려 한다

  항상 많이 늦은 뒤따름에 놀라기만 했던 날 일으켜

  시간의 유격을 쫓아 일기를 써보고자 한다


                          2011. 2. 26.

      뒤따름으로 앞을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