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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한컷이야기

빛을 갈라 걷는 슬픔

by 이재석 2011. 5. 18.

  빛이 하늘을 가르고 공기를 가를 때

  나는 손으로 빛을 갈라 푸름을 향한다


  도저히 볼 수 없는 빛에 속한 푸름이 궁금해

  도무지 떠지지 않는 눈을 작은 손으로 가리고

  나는 또다시 고개를 든다


  빛이 푸름을 가르고 내 눈을 때릴 때

  망막에 맺힌 잔상에 눈물 지으면서도

  나는 이를 물고 고개를 내리지 못한다


  그 빛이 옳은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고개를 드는 것이 옳은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래도 나는 손을 들어 빛을 가리고

  작고 얇은 그늘 뒤에 숨어 하늘을 보려 한다


  나는 모른다

  왜 빛과 그 곁에 있는 것들을 갈구하는지

  오히려 그림자 반대편의 찬란함이 더 아름다울진데

  왜 숨어 보이지 않는 눈부심만 쫓고 있는지


  오늘도 나는

  작은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얇디 얇은 그늘에 줄타기를 하며 하늘을 향해 오를 것이다

  

  그 끝이 하늘에 닿지 않음을 알면서도

  눈을 때리는 그 아픔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욕망의 길을

  눈물 흘리고 괴로워하며 나는 걸어갈 것이다


                                                                      2011. 5. 18.

                                  위를 향해 걷는 우리를 맞는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