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추억이여
응답하라 추억이여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추억 팔아먹기
난 그게 나쁘지 않다
오히려 고맙기까지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의 이유를 알려주니 말이다
달력 찢어 접은 딱지와
검게 탄 국자 위의 설탕 가루,
서태지에 대한 맹종과
찌그러진 주전자 막걸리에 담긴 어른 흉내까지
그때는 그렇게 해야만 했어
어느새 그것들은 내 일기의 규율이 되어있다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추억 팔아먹기
두 가지 본능이 되돌이표를 찍어 추억을 데려온다
자본의 생존 본능과 사람의 생존 본능
살아남기 위해 돈을 낳아야만 하는 자본과
살아남기 위해 안전한 곳을 찾는 사람이
또 다시 또 다시 추억을 가져와 여기에 심는다
장 따라갔다 돌아오며 빨던 서주우유바와
AFKN 지직거리던 화면의 노란색 헐크호건,
노란 머리를 꿈꾸게 했던 슈퍼샤이아인 손오공과
어둑한 공원 벤치에서의 첫키스까지
나만의 어제 추억을 꺼낸다
그리고 오늘에 팔아먹는다
내일을 향해가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2014. 3. 27.
기꺼이 그 추억들을 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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