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겨울을 벗다
칭칭 둘러 맨 벌레잡이 붕대가 닳을때 쯤
나무는 겨울을 벗는다
누가 붕대를 둘렀었고, 누가 붕대를 끌러냈는지는 그에게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단지 꽁꽁 얼려 두었던 그렇게 작게 움츠렸던 나이테를 다시 펴게 될
겨울 새벽, 봄 아침 기지개의 순간이 반가울 뿐이다
나무는 겨울을 벗는다
그리고 봄을 입기 시작한다
봄바람 흙먼지로 세수를 하고
이끼와 잡초를 반겨 자신의 초록을 준비한다
누가 물을 주건 그건 그에게 더이상 의미가 없다
단지 수분 함박 머금은 나이테의 팽창 때문에 간지러워진
거친 표피 밑의 부드런 속살이 소중할 뿐이다
나무는 겨울을 벗는다
그리고 누런 바람 마저도 반갑게 맞이하며
자라날 사람들에게
내가 커갈 그 날이 왔노라 말한다
2011. 3. 22.
나무의 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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