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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한컷이야기

백목련 하늘빛이 되다

by 이재석 2011. 4. 18.

  백목련은 하늘빛을 향해 투명함을 밝혀간다

  두꺼운 꽃잎 주름을 켜켜이 여미며 

  투명히 투명히 하늘을 우러른다


  먼지 산란된 푸르러진 하늘빛이 아니라

  태양이 직접 내리 쬔 하얗디 하얀 하늘빛을 바라며

  백목련은 흰색의 투명함을 밝혀간다


  꽃 한송이, 한송이

  꽃잎 한장, 한장까지

  투명히 여며진 흰빛을 하늘을 향해 떠올린다


  어찌 태양이 무서워 반대편에서 고개를 들고서는 

  어찌 이렇게 강렬히 하늘빛을 우러르는가


  백목련은 대답하지 않는다

  짧은 수명, 곧 바래져 버릴 슬픔을 잊기 위해

  시간을 아껴 작은 빛 조각을 담아갈 뿐......

  강렬히 강렬히 하늘을 닮아갈 뿐......


  그리고는 

  꽃잎 주름 사이 스미는 흰 하늘로

  삶을, 존재를, 사랑을, 바람을 녹여간다 

  그렇게 백목련은 하늘빛 봄 위에서 하얗게 늙어간다 

  하얗게 뜨거움을 맞는다


                                                                           2011. 4. 18.

                                               백목련의 빛이 하늘을 향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