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 한컷이야기

나의 금지에 사고를 붙인다

by 이재석 2011. 8. 4.

  내게 얼마나 많은 금지가 강요되었는지는

  점점이 박힌 부작위 협조문이 아무렇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조금씩 가늠하게 된다

  

  할 수 없는 것을 알기 위해

  하지 말라 말하는 것을 봐야하는 이 길, 이 삶

  나는 혼자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나는 윤리에 묻혀 도덕을 잃어버렸다


  내가 금지없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작위 조차 부작위를 통해서만 행할 수 있는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판단하지 못하는 생각 덩어리에 불과한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내게 얼마나 많은 것이 금지되었는지

  그래서 얼마나 많은 것을 잃고 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그저 가늠하기만할 뿐...

  그것 조차 진실인지 알지 못하면서...


  눈앞에 금지가 서 있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눈앞에 금지가 아무렇지 않은 내가 서 있다

  이것은 슬픔이다, 이것은 비극이다


  나의 비극은...

  그렇게 잃어버린 사고와 판단에서

  지금 시대의 도덕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를 이끈다


                                                                                           2011. 8. 4.

                                                                        나의 도덕에 금지를 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