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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그림자 한컷

그림자를 위한 도화지

by 이재석 2013. 9. 29.


  그 곳은 오로지 그림자를 위한 도화지여야만 한다

  바람보다 연약한 존재를 위한

  그래서 1초, 1초 다른 그림을 드릴 수밖에 없는 존재를 위한

  여유의 힘이여야만 한다


  순백의 공간일 필요는 없다

  단지 그림자 드림에 거추장스런 눈물만 없으면 된다

  생채기는 오히려 반갑다

  굴곡은 오히려 즐겁다

  다만... 

  그림자 드림을 부정하지 않는 인정만 있으면 된다


  바람이 분다

  구름이 다가올 것이다

  붓자국은 연해질 것이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된다

  이 곳은 오로지 그림자를 위한 도화지임을

  존재했음을 증명해 온 질긴 생명의 자리임을


              2013. 9. 29.

     잡히지 않는 그림에 손을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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