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으르렁거림에 눈 떠보니
안개보다 진한 빗무리가 창가를 막고 있습니다.
보통때보다 이르게 출근해야 하는 때
하필이면 하필이면 투정을 부리며 차에 오르는 몇 초 동안
폭우는 자신이 존재함을 강렬하게 제 옷에 표현합니다.
흠뻑 젖은 채 사무실에서 오늘의 출장을 걱정하는 동안
하늘을 드디어 앞을 보여줍니다.
이제 남은 것은
바짓가랑이와 옷깃에 남은 작은 흔적들 뿐...
극성맞던 자연의 몸부림이 잦아든 때
오래지 않을 흔적 마저도 없애며 사라지는 삶의 법칙
출장을 나서기 직전
나는 오늘 얼마나 나의 존재를 인식할 것이며,
얼마나 조용히 다시 돌아올 것인가를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2010. 8. 18.
순식간에 지나간 폭우에 젖은 옷을 추스리며 출장을 준비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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