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줄기 마다 햇볕을 타고 힘을 뻗습니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위해 손끝 마디 하나에도 힘을 주고 있습니다.
손을 칭칭 동여매고 있는 아이들이 손을 아끼며 다니듯
잎 하나하나 줄기 하나하나에도 바짝 신경쓴 듯 하늘을 향해 뻗어있습니다.
하늘은 덥다못해 구름마저 다 날려버려 희푸른데
분홍 봉숭아는 꽃잎마저 희게 바래가면서
잎맥 하나하나에 힘을 더 합니다.
금새 떨어질 것 같은 약하디 약한 꽃잎에 잔뜩 힘을 주고
누가 이기나 경쟁하듯 손을 뻗고 있는 모습은
나 어릴 적 손을 동여매고 마당을 뛰어다니는
동네 꼬마 무리 모습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요.
여름의 끝은 봉숭아의 장난기와 순수함에 물들어
푸르지만 붉은 속내를 하고 오늘 저녁을 맞이할 것입니다.
2010. 8. 19.
분홍빛 봉선화 정원에 잠시 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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