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흰 봄이 알을 깬다
산 아래 추운 바람에 더뎌더뎌 부풀었던
산목련 알이 얼었던 껍질이 찢고 나온다
찬바람 속에 네 번의 껍질을 벗고
태양 반대쪽부터 고개 들어
오래 머물렀던 추운 산 아래의 봄을 깨워낸다
목련의 부화는
이 산이 봄의 중턱에 도달했음을 말하는 증거가 된다
이 곳에서 세번째 맞는
늦은 봄의 완연함을 증거하는 나의 삶이 된다
이제 흰 날개가 펴질 것이다
하늘 높이 있는 푸름을 향해서
흰 날개를 말리고
짧지만 뜨겁게 봄의 창공을 가를 것이다
나의 세번째 봄에 실은 마음과 함께, 뜨거운 흰 날개짓을 퍼덕일 것이다
2011. 4. 9.
나의 날개도 알을 깬다, 이제 나도 고개를 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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