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따라 나도 눕는다
스몃스몃 오는 저녁 기운에 올라
몸 뉘여 오늘 마지막 햇살을 받아 먹는다
이 또한 강렬함일지라
이 또한 포근함일지라
그리그리 다가온 이불을 품어 안는다
해를 사랑했기 때문이리라
하루를 사랑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이미 잠들어버린 그림자 곁을 벗어날 수가 없다
늦은 밤에는 걷지 않는다
늦은 밤에는 망상하지 않는다
그저 그림자 곁에서 오늘을 꿈에 담을 뿐
해 따라 나도 눕는다
그림자의 오늘을 받아 먹는다
2013. 10. 15.
턱 밑까지 이불을 끌어 올리고 빙긋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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