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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한컷이야기

시간이 흐르도록 허락하다

by 이재석 2010. 10. 15.

    집에서 멀지않은 강건너 저편에 오랜 정자가 하나 있습니다

    강을 바라보곤 있으나 아는 이 없어

    이미 오래전에 가까이 가는 길은 잡초로 없어진 곳입니다


    먼지 가득한 곳입니다

    대청에도 군데군데 이끼가 끼어버린 곳입니다

    아무렇게나 앞을 가려버린 나뭇가지들 사이로

    골재 채취가 한창인 더이상 이쁘지 않은 낙동강이 보이는 곳입니다

    떨어진 문, 손때, 기억, 시간을 그냥 삐뚜름 기대어 둔 곳입니다

    시간이 흐르도록 허락한 곳입니다


    그래도 햇빛은 비치고 나 여기 있소 하며

    당당히 이정표를 세워둔 곳입니다

    간간히 찾는 사람들에게 그늘과 추억을 주는 곳입니다


    한참을 앉아 있습니다.

    내 살아온 공간 중에 먼지 낀 기억.. 

    그저 시간이 흐르도록 허락한 기억을 찾아보려 한참을 있습니다

           시간에 잠시만 생각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2010. 10. 15.

시간에게 허락하다